오늘의 서점

오래된 질문 지명훈 대표: “책은 적었는데, 더 많은 것이 보였어요.”

‘오래된 질문’은 충남 공주 제민천 나태주 골목길에 자리한 철학 서점이다. 2025년 7월 19일 문을 열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지명훈 대표는 2022년 서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듬해 27년간의 기자 생활을 마무리하며 전공을 살려 철학 서점을 열기로 했다. 장소는 공주로 정했다. 부여가 고향인 그는 초등학교 4, 5학년 시절을 공주에서 보냈다. 시골에서 온 소년에게 공주는 어마어마하게 큰 도시였다. 그때의 인상이 오래 남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공주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었다. 그 무언가가 서점이 됐다. 다만 그는 아직 ‘오래된 질문’을 철학 서점이라고 부르기에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좋은 철학 서점이 되려면 몇 년은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서점은 이미 이룬 일이 아니라 이루어 가고 있는 일이다.

정원 끝에서 기역과 니은을 나란히 놓은 것 같은 골목을 따라가면 ‘오래된 질문’이 나온다.정원 끝에서 기역과 니은을 나란히 놓은 것 같은 골목을 따라가면 ‘오래된 질문’이 나온다.
정원 끝에서 기역과 니은을 나란히 놓은 것 같은 골목을 따라가면 ‘오래된 질문’이 나온다.

1. 선택

1년에 6만 5000여 종의 신간이 발행됩니다. 하루에 약 180종입니다. 쏟아지는 책 가운데 서점에 들일 책은 어떻게 고르십니까?

나오는 책을 전부 살펴보고 그중에서 고르는 건 아니에요. 전체 데이터를 손에 쥐고 비교하는 게 아니라, 제 취향과 공부해 온 분야에서 출발합니다.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이 기본이 되는 책들을 골라요. 제가 공부하면서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책들이 있어요. 잘 알려진 철학 원전이 있고, 그걸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돕는 해설서가 있죠. 또 철학을 지금의 삶에 적용해 보는 책들도 있어요. 그런 책들을 중심으로 고르다 보니 책이 계속 바뀌기는 해도, 구성이 자주 달라지는 편은 아니에요.

그렇게 고른 책들이 철학이라는 분야 외에 공유하는 특징이 있습니까?

처음부터 기준을 정해 두고 고른 건 아니지만, 고르다 보니 몇 가지에 주목하게 됐어요. 하나는 ‘조우(Rencontre)’입니다. 제가 들뢰즈를 전공했는데, 들뢰즈 철학에 나오는 예기치 않은 만남이라는 개념이에요. 내가 당연히 이럴 거라고 생각한 자리에 전혀 다른 것이 있는 거예요. 예상하지 못한 것을 맞닥뜨리면서 생각이 시작되는 거죠. 책을 통해서도 그런 만남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또 단순히 정보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사유의 깊이가 있는 책을 고르려고 합니다. 그 생각이 사람들의 삶에 통찰을 줄 수 있다면 더 좋겠고요. 대략 이 세 가지를 보는 것 같아요.

서점 주인의 취향이 뚜렷하다는 건 장점이지만, 한편으로는 독자가 만나는 책의 범위가 좁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반드시 들어야 하는 수업에서 제가 일방적으로 강의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서점은 사람들이 골라서 오는 곳이잖아요. 어떤 서점에 갈지 고르고, 서점에 와서도 자기가 책을 골라요. 제 취향이 일방적으로 영향을 줄 여지는 그만큼 줄어드는 거죠. 오히려 주인의 취향 때문에 예기치 않은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동네 서점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고른 책이 누군가에게는 자기 관심 밖에 있던 책일 수 있잖아요. 저는 그걸 편견을 주는 일보다는 새로운 만남을 건네는 일로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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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배제

편집은 무엇을 취하느냐보다 무엇을 버리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책이 많을수록 오히려 좋은 서점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학 때 방학이면 대전의 창의서점에 자주 갔어요. 책이 많지는 않은 곳이었어요. 주변에 훨씬 큰 서점도 있었고요. 그런데 저는 그 작은 서점을 많이 찾았죠. 제 취향에도 맞고, 주인이 책을 참 잘 골라 놨거든요. 거기 가면 오히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보였어요. 책이 많은 가운데서 좋은 책을 고르는 게 실제로는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말하는 좋은 책과 이 서점에 있어야 하는 책은 다를 수 있을 텐데요, 들이지 않기로 정한 책도 있습니까?

자기계발서는 들이지 않으려고 해요. 사람들이 많이 찾으니까 돈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인문학에 기반을 둔 철학 서점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자기계발서는 대개 주어진 상황에 맞는 대처법을 알려 줍니다. 그런데 읽고 며칠 지나면 그게 정말 쓸모가 있는지 다시 의심하게 되거나, 막상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거든요. 저는 금방 쓸 수 있는 방법보다는 삶을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책, 오래 생각할 힘을 주는 책을 두고 싶어요. 그래서 이런 책은 들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철학을 다루는 책 중에서도 고르지 않는 책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도서 시장에서 니체나 쇼펜하우어가 인기를 얻으면서 그 철학을 충분히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여기저기서 내용을 가져와 짜깁기하듯 쓴 책도 보이더라고요. 그런 책은 피하려고 해요. 사실 그런 책이 오히려 더 잘 팔릴 수 있어요. 읽고 바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말도 많고요. 그런데 충분한 독해가 바탕에 없으면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딱딱하더라도 그 분야를 깊이 공부한 사람의 손을 거친 책을 고르려고 해요. 철학을 대중적으로 풀어 쓴 책도 같은 기준으로 봐요. 외국에서는 철학 전문가들이 대중적인 글쓰기를 오래 해왔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그런 책은 많이 들이게 돼요. 물론 번역 문제는 따로 살펴봐야 하고요.

좋은 책이라고 판단해 들여놓은 책을 다시 빼기도 하나요?

작은 서점은 그게 어려운 문제예요. 꽤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도 너무 오랫동안 안 나가면 계속 묵혀 둘 수는 없거든요. 책이 돌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내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사람들이 찾는 것은 다를 수 있어요. 독자 입장에서는 제목을 워낙 자주 들어서 읽지 않았는데도 이미 읽은 것처럼 느낄 수 있어요. 요약본으로 내용을 접했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 막상 서점에서 마주쳐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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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열

같은 책이라도 어떤 책 옆에 놓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습니다. 책장이나 매대에 책을 배열할 때, 책들 사이에 어떤 관계를 만들려고 하시나요?

저희 서점에서는 한쪽에 철학 원전들을 모아 놨어요. 그 옆으로 원전을 해석한 책들을 놓았고요. 거기서 과학 기술에 관한 책으로도 이어지게 하려고 해요. 요즘 현대 철학은 과학 기술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잖아요. 휴대폰만 해도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우리 몸에 붙어 있는 신체의 일부처럼 됐죠. 그러면 그게 인문학의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런 관계를 생각하면서 책을 놓고 있어요.

좋은 책을 한 권 고르는 것과 좋은 책장을 만드는 것은 다른 능력일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의 집합이 반드시 좋은 서가, 좋은 서점이 되는 게 아니라면, 둘 사이에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전체를 이야기로 엮어 내는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는데, 독자가 철학 원전이 있는 책장을 보면서 철학사를 읽어 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그냥 책을 보기 좋은 순서대로 놓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오늘날까지 어떤 질문들을 해왔는지 따라갈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러면 책장 전체가 하나의 철학사를 구성할 수 있잖아요. 서가 안에 놓인 책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서가나 매대에 비슷한 책들을 모아 놓는 것과 서로 다른 책들을 섞는 것 중에 어느 쪽을 선호하십니까?

비슷한 책들 사이에 ‘이런 책도 있었네’ 싶은 책을 놓는 것도 꽤 좋은 것 같아요. 비슷한 책들이 계속 이어지면 생각 없이 지나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다른 책이 하나 있으면 눈에 들어오는 거죠. 스테디셀러가 팔리는 것도 비슷한 면이 있어요. 사람들이 늘 한번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책이 있잖아요. 그러다가 서점에 와서 그 책을 발견하면 사는 거예요. 알고 있던 책이어도 여기서 다시 눈에 들어오는 게 중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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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판단

책을 고르는 경험이 쌓이면 판단은 빨라지겠지만, 나만의 취향 안에 머무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익숙한 선택에서 벗어나는 계기는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손님들이 와서 “이런 책 있어요?” 하고 물어볼 때 힌트를 많이 얻습니다. 저희 서점에는 없는 책인데, 그분들은 마음에 두고 찾아오신 거잖아요. 살펴보면 좋은 책들이더라고요. 제 관심 분야에서 조금 벗어난 책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알고 보면 중요한 책도 있어요. ‘이런 책을 내가 갖다 놨어야 하는구나’ 싶은 적이 있었고, 실제로 들여놓기도 했어요.

책을 고를 때 다른 사람의 평가나 판매량 같은 외부의 신호는 어느 정도 참고하십니까? 자신의 판단과 외부의 평가가 엇갈릴 때는 어느 쪽을 따르세요?

제가 공부해 본 분야이거나 실제로 읽어 본 책이라면 제 느낌을 더 따르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외부의 평가를 가볍게 보는 건 아니고요. 특히 매일 책을 골라 소개하는 사람들의 평가보다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이 자기 인생의 책이라고 꼽는 것들을 중요하게 봐요. 그런 책에는 신뢰가 가요. 번역서는 제가 잘 알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아는 사람 중에 그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번역가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도 살펴봐요.

출판사도 판단의 기준이 되겠죠?

그렇죠. 문학 고전이라면 민음사 같은 곳의 책을 고르면 대체로 무난하니까요. 그런데 최근에 재미있는 경험을 했어요. 카프카의 《변신》을 다시 읽고 싶어서 민음사 책을 봤는데, 그때는 영 읽히지 않았어요. 너무 익숙하고 정형화된 표지가 오히려 책을 펼쳐 보고 싶은 마음을 가로막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당시엔 제가 잘 몰랐던 출판사(니케북스)에서 나온 손바닥만 한 책을 봤어요. 자줏빛에 천 질감의 표지였는데, 그 책을 잡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었어요. 그때 책의 형태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판형이나 디자인도 사람을 읽게 만들더라고요. 책을 고를 때 그런 부분도 봐야겠구나 싶었죠. 믿을 만하다는 이유로 한 출판사 책만 고르면 그 분야의 책장이 거의 같은 출판사 책으로 채워질 거예요. 그러면 큐레이션이 너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다른 책들도 갖다 놓으려고 해요.

뒤늦게 가치를 발견하고 판단을 바꾼 책도 있습니까?

최근에 읽은 세네카의 책이 그랬어요. 철학을 공부할 때는 스토아 철학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큰 위안을 주고, 삶의 지혜를 이야기한다는 점을 충분히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읽어 보니 아주 오래전 이야기인데도 어제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세네카가 글을 참 잘 쓰더라고요. 요즘 자기계발서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 같은 말을 해도 글을 잘 쓰니까 다르게 읽혔어요. 스토아 철학은 논리학을 비롯한 철학 체계를 갖추고 있잖아요. 그래서 삶에 관한 조언에도 깊이가 느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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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독자

온라인 서점에서는 거의 모든 책을 바로 검색해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대에 누군가가 골라 놓은 한정된 책을 보는 경험에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책은 지금 내가 원하는 책이 아닐 수 있어요. 언젠가 한 번쯤 내 취향이었던 것인데, 지금의 취향인 것처럼 알고리즘이 제공할 수 있죠.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온라인 서점의 추천은 그렇게 차려진 밥상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되는 셈이에요. 반면 동네 서점에서는 나와 다른 경험과 취향을 가진 서점 주인이 고른 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자기와 취향이 맞는 서점에 가면 좋아하는 책을 찾기도 쉽고, 자기가 예상하지 못했던 책을 만날 수도 있어요. 저는 그게 동네 서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AI 시대에는 더 중요해질 수 있고요. 아마존 등장 이후 동네 서점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추적한 보고서가 있어요. 하버드 경영대학원 라이언 라파엘리 교수가 8년간 서점 주인 등 258명을 인터뷰하고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죠. 서점 주인이 직접 책을 골라 권하는 행위는 온라인 플랫폼이 절대 복제할 수 없는 ‘순금’이라는 거예요.

독자가 좋아할 만한 책, 그리고 독자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꼭 읽기를 바라는 책, 두 책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놓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세요?

30퍼센트 정도는 서점 주인이 읽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책을 제시해도 좋지 않을까요. 저희는 철학 원전이 있는 책장이 그런 역할을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 책장을 보다가 사기도 합니다. 철학책이 어렵게 느껴져도 제목은 익숙하거든요. 윤리 시간에도 배우고 세계사에서도 접했잖아요. 그 시대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 사상가들의 책이니까요. 세계사를 장식했다는 것은 우리 삶을 형성해 왔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들어 본 책인데, 이번 기회에 한번 읽어 볼까’ 하는 분들이 생기는 거죠.

철학 서점이라는 카테고리가 분명하다 보니, 책을 고르다가 대표님에게 책 추천을 해달라는 독자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

한번은 철학 박사 과정에 있는 분이 찾아온 적이 있어요. 서로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이 신유물론 같은 최근의 철학 논의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비인간》이라는 책을 추천했어요. 현대 철학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을 잘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철학과에 가려고 준비하던 고등학생이 있었어요. 우연히 서점에 왔다가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주말마다 찾아왔죠. 그 학생이 어떤 주제에 관해 쓴 글을 보여 주며 제 생각을 물으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그 친구는 결국 합격해서 서울로 학교를 갔어요. 제 얘기가 큰 도움은 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들어주는 역할은 할 수 있었죠.

책을 권하는 일은 어디까지 개입하는 게 좋을까요?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남겨 둘 몫도 있을 것 같은데요.

요즘 독립 서점에 가면 책마다 소개 글을 빼곡하게 써놓은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그걸 많이 하지는 않아요. 게을러서이기도 하지만, 독자의 선택에 너무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소개 글을 쓰다 보면 상업적으로 좋은 점만 부각할 수도 있고요. 대신 책장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나의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소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책이라는 나무가 숲의 어디쯤에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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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간

기자 생활을 오래 하셨습니다. 기자는 수많은 정보에서 쓸 것을 고르고, 서점인은 수많은 책에서 서점에 들일 것을 고릅니다. 두 일을 모두 해보셨는데, 두 일에서 선택의 방식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르던가요?

기자는 흩어진 사실이나 상황을 살펴보고, 서로 부딪히는 주장들을 견주면서 핵심적인 결론을 내잖아요. 그런 경험이 책을 고를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모든 책을 들일 수는 없으니까, 이 책은 어떤 점에서 좋은지 판단해야 하거든요. 다만 기자는 그 일을 빠르게 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어요. 서점에서는 좀 더 긴 호흡으로, 빠르게 판단할 때는 놓쳤을 법한 것들을 새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죠.

서점을 하면서 버려야겠다고 생각한 기자 시절의 습관도 있나요?

뭐든 급하게 하려는 습관이죠. 기사는 좀 하루살이 같잖아요. 그날의 기사로 승부가 나니까요. 그런데 책, 특히 인문학은 긴 호흡을 요구해요. 인문학을 공부하는 분들을 보면 700쪽, 1000쪽짜리 책을 놓고 서로 돌아가며 읽어요. 몇십 쪽씩 읽으면서 몇 달에 걸쳐 한 권을 읽는 거예요. 기자 생활을 할 때는 그런 삶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왜 그때 그런 생활을 하지 못했을까 싶기도 해요. 생활 방식도 많이 달라요. 기자는 많이 돌아다니는데, 서점에서는 하루 종일 거의 여기 있어야 하거든요. 빨리 움직이고 빨리 결론을 내리던 방식이 안 맞을 때가 있어요. 서점을 하면서 제가 참 급하게 살아왔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서점이 들어선 이 집도 처음에는 허물고 새로 지으려고 하셨다고요.

처음 샀을 때는 잡초도 무성하고 낡은 집이었어요. 밀고 새로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예전에 취재하면서 알게 된 건축가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각이 달라졌어요. 그분이 “제일 좋은 건축 재료가 뭔지 아세요?” 하고 묻더라고요. 제가 생각나는 재료를 이야기했더니, 그분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건축 재료가 시간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까, 이 집이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게 보였어요. 1963년에 지은 현대 한옥이거든요. 다시 와서 살펴보니 툇마루 쪽에 서까래 같은 것들이 잘 살아 있더라고요. 전에는 그런 게 눈에 안 들어왔어요. 그래서 시간을 허물지 않고 고쳐 쓰기로 했죠.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이 집에서 차 마시고 책 읽으면서 오래된 시간, 오래된 질문을 떠올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