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책방의 추천

기억,애도, 2권 세트

1.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 4.3을 앞두고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습니다.

가슴 속에 오래오래 묻어두었다가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주는 듯한 이야기를 들으며

4.3의 상실과 아픔을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한강 특유의 몽환적이고 은유적이며 섬세한 묘사가 더욱 큰 감동을 줍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고 썼습니다.

억울한 죽음과 상실의 삶을 견디는 가족의 사랑이 너무나 아프고 간절합니다.

그 지극한 사랑이야말로 파묻힌 진실을 마침내 찾아낼 희망일 것입니다.

그 아픔을 드러내는 것이 문학적 감수성이라면, 그 위에 치유를 위한 정치적 감수성이 더해져야 합니다.

더 이상 이념이 상처를 헤집지 말기를 바랍니다. 4.3의 완전한 치유와 안식을 빕니다. 다

2. 소년이온다

절대 잊혀져서는 안되는 어떤 죽음들과 장례는 계속 진행중이고, 어떤 역사 왜곡으로도 묻어버릴 수

없는 죽음의 의미는 우리 역사와 민주주의 발전의 근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우리 근현대사의 가장 큰 화두인 광주 5.18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를 한 소년의 눈을 통해 아프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개인과 집단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되새기고, ‘삶이 되어버린 장례식’에 함께 참여하여 억울한 죽음들은 진혼할 수 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기억,애도, 2권 세트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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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 문학동네 · 2021.09.09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의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출간되었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그뒤 일 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본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작별」(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을 잇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되었으나 그 자체 완결된 작품의 형태로 엮이게 된바, 한강 작가의 문학적 궤적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니는 각별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이로써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눈’ 연작(2015, 2017) 등 근작들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투와 존엄을 그려온 한강 문학이 다다른 눈부신 현재를 또렷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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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 창비 · 2014.05.19

    말라파르테 문학상, 만해문학상 수상작 우리 시대의 소설 『소년이 온다』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를 사로잡은 우리 시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보편적이며 깊은 울림”(뉴욕타임즈),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설”(가디언),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찬사를 선사한 작품으로, 그간 많은 독자들에게 광주의 상처를 깨우치고 함께 아파하는 문학적인 헌사로 높은 관심과 찬사를 받아왔다.

    『소년이 온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하며,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가장 한국적인 서사로 세계를 사로잡은 한강 문학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인간의 잔혹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증언하는 이 충일한 서사는 이렇듯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인간 역사의 보편성을 보여주며 훼손되지 말아야 할 인간성을 절박하게 복원한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진심 어린 문장들로 무고한 영혼의 말을 대신 전하며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국가의 무자비함을 생생하게 그려내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잊을 수 없는 봄날의 오월을 지나 여름을 건너가지 못한 이들과 살아남은 것이 오히려 치욕으로 여기며 매일을 힘겹게 견뎌내는 이들에게 우리가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는 가를 간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리하여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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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 문학동네 · 2021.09.09

    1부 새
    1 결정結晶
    2 실
    3 폭설
    4 새
    5 남은 빛
    6 나무

    2부 밤
    1 작별하지 않는다
    2 그림자들
    3 바람
    4 정적
    5 낙하
    6 바다 아래

    3부 불꽃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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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 창비 · 2014.05.19

    1장 어린 새
    2장 검은 숨
    3장 일곱개의 뺨
    4장 쇠와 피
    5장 밤의 눈동자
    6장 꽃 핀 쪽으로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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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 문학동네 · 2021.09.09

    저자 : 한강 1970년 겨울에 태어났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말라파르테 문학상, 메디치 외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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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 창비 · 2014.05.19

    저자 : 한강 韓江 1970년 겨울에 태어났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말라파르테 문학상, 메디치 외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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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 문학동네 · 2021.09.09

    이상하지, 눈은.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꾸었던 꿈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등성이까지 심겨 있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생각하는 사이 어느 순간 발아래로 물이 차오르고, 그는 무덤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채로 꿈에서 깬다. 경하는 그것이 그 무렵에 꾸었던 다른 악몽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책에서 다룬 학살에 대한 꿈이리라고 생각하고,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하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과 함께 그 꿈과 연관된 작업을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뒤로 몇 해 동안 힘든 시기를 겪고 겨우 삶을 회복하는 사이 계획은 진척되지 못했고, 경하는 자신이 그 꿈을 잘못 이해했다고 마음을 바꾼다. 그러던 겨울 어느 날, 경하는 병원에 있는 인선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는다. 인선이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두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은 것. 곧장 병원을 찾은 경하에게 인선은 갑작스레 그날 안에 제주 집에 가 혼자 남은 새를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그는 인선의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길로 서둘러 제주로 향한다. 그러나 제주는 때마침 온통 폭설과 강풍에 휩싸여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작적으로 찾아오는 고질적인 두통에 시달리며, 경하는 가까스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인선의 마을로 향한다. 그러나 정류장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인선의 집까지 눈길을 헤치고 산을 오르던 길에서 폭설과 어둠에 갇혀 길을 잃는다.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44~45쪽)

    심장이 다시 뛸 거지. 그렇지, 이 물을 마실 거지.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인선의 집에서, 경하는 칠십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하게 된다. 온 가족을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십오 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아버지와, 부모와 동생을 한날한시에 잃고 오빠마저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채로 언니와 둘이 남겨진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와 함께, 학살 이후의 시간을 살아내며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 년을 바쳐 끝까지 포기하기를 택하지 않았던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고요한 싸움이, 폭설로 고립된 외딴집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촛불 아래 떠오른다. 빛과 어둠 사이를 가르며 영원처럼 느리게 하강하는 수천수만의 무심한 눈송이들 속에서, 이곳에 있지 않은 사람을 간절히 생각하는 마음이 그렇게 정심에게서 인선에게로, 인선에게서 경하에게로 스며든다.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닌데,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그 소맷자락에,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87쪽)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야. 정말 헤어진 건 아니야, 아직은.

    작가는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작가의 말’)고 했다. 그 사랑은 우선 마지막까지 사람과 삶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마음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환하고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우리는 알게 된다. 그 사랑이 지극하고 간절한 만큼 그것은 무엇보다 무서운 고통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311쪽)

    인선의 어머니 정심이 일평생 그랬던 것처럼, 인선은 어머니의 삶이 자신에게 스며오는 것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 사랑을 외면하지 못하고, 경하 또한 인선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으로 겹쳐지는 것에 힘겨워하면서도 그 마음을 내치지 못한다. “이 눈보라를 뚫고 오늘밤 그녀의 집으로 갈 만큼 그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88쪽)고,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152쪽)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그 사랑에 손을 내밀어 기어이 고통을 택하는 것이, 그것만이 오직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소설은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것만이 절멸로부터 삶을 지켜내는 길이리라고. 어쩌면 실은 그 부름은 이미 언제나 우리 앞에 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랑을 사랑으로 알아보고 그 손을 잡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는 듯이. 그 앞에 조심스레 손을 내밀 때, 그 마음이 닿은 자리가 눈송이처럼 차갑고 동시에 불꽃처럼 뜨거워 영영 잊히지 않는 것은 한강의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이렇게 한강의 소설이 우리 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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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 창비 · 2014.05.19

    '그 도시의 열흘'과 소년을 위로하는 한강의 간절한 목소리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혼한테는 몸이 없는데, 어떻게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볼까. (…) 눈을 감고 있던 외할머니의 얼굴에서 새 같은 무언가가 문득 빠져 나갔다. 순식간에 주검이 된 주름진 얼굴을 보며, 그 어린 새 같은 것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몰라 너는 멍하게 서 있었다. 지금 상무관에 있는 사람들의 혼도 갑자기 새처럼 몸을 빠져나갔을까. 놀란 그 새들은 어디 있을까.(22-23면)

    혼은 자기 몸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그게 무슨 날개같이 파닥이기도 할까. 촛불의 가장자릴 흔들리게 할까. (…) 용서하지 않을 거다. (…)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45면)

    억울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오월의 노래

    정대는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되면서 남매는 비극을 맞는다.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순박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무고하게 죽은 어린 생명들에 대한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정대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대변된다. 5.18 당시, 인구 40만의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은 80만발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가의 부조리에 맞서도록 어린 그들까지 시위현장으로 이끌었던 강렬한 힘은 다만 ‘깨끗하고도 무서운 양심’ 하나였다. 그렇게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느끼며 수십만 시민들이 모여 만든 위대한 ‘양심의 혈관’을 함께 이루었던 것이다.

    키가 자라고 싶었지. 팔굽혀펴기를 마흔번 연달아 하고 싶었지. 언젠가 여자를 안아보고 싶었지. 나에게 처음으로 허락될 여자, 얼굴을 모르는 그 여자의 심장 언저리에 떨리는 손을 얹고 싶었지. (…)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 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57-58면)

    그날 도청에 남은 어린 친구들도 아마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그 양심의 보석을 죽음과 맞바꿔도 좋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총을 메고 창 아래 웅크려앉아 배가 고프다고 말하던 아이들, 소회의실에 남은 카스텔라와 환타를 얼른 가져와 먹어도 되느냐고 묻던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서 뭘 알고 그런 선택을 했겠습니까?(116면)

    소설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스러운 고통이 되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모습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시 수피아여고 3학년 시절에 5.18을 겪은 ‘김은숙’은 '전두환 타도'를 외치는 데모로 점철된 대학생활을 포기하고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담당 원고의 검열 문제로 서대문경찰서에 끌려가 ‘일곱대의 뺨’을 맞기도 한다. 봉제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고귀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조활동을 하다 쫓겨난 ‘임선주’는 이후 양장점에서 일을 하다가 상무관에 합류하게 되고, 경찰에 연행된 후 하혈이 멈추지 않는 끔찍한 고문을 당한다. 상무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대학생 ‘김진수’ 역시 연행된 이후 ‘모나미 볼펜’ 고문, 성기 고문 등을 받으며 끔찍한 수감생활을 했고, 출소 후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결국 자살하고 만다. 소설은 이러한 국가의 무자비함을 핍진하게 그려내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으로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다음 문단은 검열 때문에 온전히 책에 실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어서 먹선으로 지워진 넉줄의 문장들을 그녀는 기억했다. (…)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95-96면)

    처음 자료를 접하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들이었다.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 (…)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206-207면)

    ‘꽃이 핀 쪽으로’이끌어주는 한강의 손길

    한강은 이번 소설을 통해 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힘겹게 펼쳐 보이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그 시대를 증언하는 숙명과도 같은 소명을 다한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이 되는 사람들이 혼자서 힘겹게 견뎌내야 하는 매일을 되새기며, 그들의 아물지 않는 기억들을 함께 나눈다. 한강 작가는 “무덥고 습했던 여름 끝에 가로수 아래를 걷다가, 잘 마른 깨끗한 홑청 같은 바람이 얼굴과 팔에 감기는 감각에 놀라며 동호를 생각”한다. 따뜻했던 봄날의 오월을 지나 ‘그 여름을 건너가지 못한 동호, 이런 아침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동호’를 떠올리며 작가는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되새기고,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이들에게 어떠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가를 간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리하여 이제는 더이상 억울한 영혼들이 없기를, 상처 입은 영혼들이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나아가 평온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5.18 희생자들의 ‘눈 덮인 무덤들’ 사이에서 못다 핀 소년 동호를 추모하기 위해 작가 한강이 마음을 다해 밝힌 작은 촛불들이 안타까운 세상에 온기를 더해줄 것이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79면)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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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 문학동네 · 2021.09.09

    ISBN
    9788954682152
    발행일
    2021.09.09
    쪽수
    332쪽
    크기
    133×200mm
  2. 2
    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소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 창비 · 2014.05.19

    ISBN
    9788936434120
    발행일
    2014.05.19
    쪽수
    216쪽
    크기
    145×21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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