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이 온라인에서 쿠팡과 경쟁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흔히 자본과 규모의 차이를 꼽습니다. 쿠팡은 방대한 재고를 확보하고, 물류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전국 어디든 빠르게 배송합니다. 동네서점은 그럴 수 없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질문 하나가 빠져 있습니다. 동네서점이 그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할까요. 서점업과 물류업은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말입니다.
물류의 경쟁력은 표준화에서 나옵니다. 팔레트 규격부터 재고 관리, 주문 처리, 배송 절차까지 통일할수록 효율이 높아집니다. 반면 서점의 경쟁력은 차이에서 나옵니다. 시집과 에세이만 파는 서점, 인문 과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점이 있어야 독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책을 발견합니다. 이게 오프라인 서점의 진짜 경쟁력입니다. 동네서점이 이런 기존의 강점에 대형 온라인 서점에 뒤지지 않는 물류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어떨까요.
서점업의 본질은 좋은 책을 골라 독자에게 권하는 것입니다. 한정된 면적의 매장에 어떤 책을 들이고 어떤 책을 들이지 않을지 결정하는 일부터가 큐레이션입니다. 서점인은 이 일을 매일 반복하며 안목을 쌓아 온 사람들입니다. 대형 온라인 서점은 광고나 판매 데이터에 크게 의존해 책을 배열합니다. 잘 팔리는 책이 더 잘 보이는 곳에 놓이기 쉽습니다. 반면 동네서점의 독립적인 판단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 덕분에 발견의 폭과 재미가 커집니다.
새로운 전자상거래 모델이 필요합니다. 재고 관리와 주문 처리, 배송처럼 규모가 클수록 효율적인 업무는 중앙에서 처리하고, 큐레이션과 고객과의 관계는 개별 서점으로 분산하는 방식입니다.
에디션즈는 이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서점은 서점이 가장 잘하는 일, 즉 책을 고르고 추천하는 일을 합니다. 도서 공급, 결제, 배송 같은 유통 업무는 에디션즈와 도서 물류 파트너사가 맡습니다. 독자가 서점의 추천을 읽고 책을 구입하면, 책 정가의 10%가 그 서점에 전해집니다. 가격과 배송 조건이 비슷하다면, 독자가 어디에서 책을 살지 결정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는 없는 이야기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겁니다.
이 모델은 서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지역의 식료품점, 레코드 숍, 철물점도 좋은 상품을 고르고 고객의 취향과 필요를 아는 능력이 있지만, 온라인 판매와 물류 인프라를 따로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공통의 물류와 운영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상품의 선택과 고객 접점은 개별 상점에 맡기는 방식은 지역 소매업의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작은 규모는 오랫동안 지역 소매점의 약점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작다는 것은 상품을 고르는 기준이 저마다 다르고, 고객과의 관계가 구체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형 플랫폼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상점들의 차이를 없애지 않으면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다면, 지역 상점은 온라인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지닌 사업자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반드시 전자상거래의 중앙화를 가속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기술로 물류의 효율은 공유하면서, 상품 선택과 고객과의 관계는 개별 상점으로 분산하는 구조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규모의 획일화는 피하는 것. 에디션즈가 하려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