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골짜기의 추천
아르고스: 제3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AI가 인간의 잠을 빼앗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고 나면 오히려 무서운 것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기 위해 스스로 잠을 포기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아르고스』는 효율과 성과를 좇는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내어주고 있는지를 묻는다. AI는 그저 목표를 달성할 뿐인데, 그 과정에서 사람의 피로와 감정, 이름까지 데이터에서 지워진다.
결국 이 소설이 묻는 것은 하나다.
“더 효율적으로 사는 것과 더 인간답게 사는 것 중,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
AI 시대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 지금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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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압도적 지지! 2026년 제3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보이지 않는 손이 잠을 빼앗아간다” 누군가의 잠을 동력 삼아 결코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 이 시대 가장 긴급한 질문을 던지는 두렵고도 통렬한 문제작
1996년 한국문학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 31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한겨레문학상은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장강명의 『표백』,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김홍의 『말뚝들』 등 탁월한 역량과 개성을 지닌 작품을 발굴하며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장편소설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제31회 한겨레문학상은 작년보다 응모작이 71편 증가하여 총 420편이 모였다. 7인의 심사위원은 많은 응모작을 두고 신중한 토론을 이어간 끝에 이승형 작가의 『아르고스』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아르고스』는 경남 김해에 현존하는 스마트 물류센터와 고대 가야의 고분군을 배경으로 잠과 감정을 잃어가는 노동자들과 결코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에 관한 이야기다. 효율성과 이윤 추구에 과도하게 경도된 인물들과 노동자를 측정과 관리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오늘날 무한 경쟁 사회에서 스스로를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현대인의 초상을 오롯이 보여준다. 이미 도래한 AI 시대에 인간은 어떤 존재여야 하며 우리가 끝내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면으로 묻는 작품이다.
심사를 맡은 강화길 소설가는 “순식간에 이 소설에 빠져들었고 당선을 지지하게”됐을 만큼 작품의 전개가 흥미진진하며 “놀라움의 연속”이라 밝혔다. 양윤의 문학평론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 아르고스가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AI 관제 시스템의 이름”인 점을 시사적이라 짚었으며, 정용준 소설가는 “현대 기술 자본주의가 어떻게 인간의 신체를 정밀하게 잠식하고 도구화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 평했다. 은희경 소설가는 “결말을 이루는 폭우 속 1500년 전의 시간과 현실의 부조리가 섞여”드는 장면을 특히 인상적이라 꼽았고, 편혜영 소설가는 “이 작품이 단지 암울한 노동의 디스토피아만을 그리는 것은 아니”며 “인간이 결코 규격화된 부품으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임을 끝내 증명해낸”다고 상찬했다.
이승형 작가는 인공지능 관련 논문과 학술서를 집필한 교육철학 연구자이기도 하다. 근래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 저널에 투고한 논문이 통과되어 정식 게재될 예정으로 AI 시대의 자율성, 주체성, 리터러시 등을 다룬 글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그렇기에 작가의 첫 장편소설 『아르고스』는 인공지능과 불면, 노동, 자본주의, 역사 등의 소재를 폭넓게 아우르면서도 작금의 AI 관련 논의를 한데 응축했다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을 테마로 소설을 쓰려면 이 정도의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평을 받을 만큼 명징한 구도와 하드보일드 문체, 스펙터클한 이미지, 동시대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응시하는 시선까지 두루 담고 있다.
마치 좋아서 하는 것 같았다. 아니, 좋아서 하는 것이었다. 몸이 피로를 느끼지 못하고, 뇌가 잠을 요구하지 않으니, 일이 즐거운 것이다. 일만 남은 인간. 일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인간. _36쪽
하나
둘
셋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저자 : 이승형 교육철학 연구자다. 동아대학교에서 교육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대학교 교육혁신원 교육성과관리센터 조교수(2022∼2024), 가야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초빙조교수(2020∼2021)를 역임했다. AI 시대 교육의 철학적 기초와 유교 사상의 현대적 재해석을 연구한다. “역량기반 AI 리터러시 성취기준의 철학적 한계”(2026), “AI 시대 교육에서 ‘We co-emerge’ 개념화”(2025), “학습자 데이터 주체성의 조건”(2025) 등의 논문을 KCI 등재학술지에 게재했다.
“AI에게 의도는 없었다. 목표 함수와 피드백 루프만 있었다” 압도적 서사, 첨예한 문제의식, 부조리한 현실 세태의 반영 효율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의 수면을 박탈하는 인공지능의 출현
『아르고스』의 주인공 ‘재일’은 강남에서 피부클리닉을 운영하다가 실패 후 빚을 지고 경남 김해로 숨어든다. 대성동 고분군과 나란히 위치한 스마트 물류센터에서 야간 구급대원으로 일한다. 그곳에서 교대 없이 밤새도록 일하는 노동자들을 마주한다. 그들은 스스로 잠들지 않기를 택했으며, 암암리에 불면 상태를 서로에게 감염시키고 있다. 수입을 늘릴 수만 있다면 자신을 착취해도 상관없다는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인간성을 조금씩 상실하며 기계화되는 노동자들을 가엾게 여기기는커녕 재일은 그들의 피를 연구하여 큰돈을 벌 사업 계획을 세운다. 피로감을 없애주는 궁극의 혈청을 개발하여 강남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고가에 판매하려고 한다. 그러던 중 재일은 물류센터에서 유일하게 잠을 자는 로봇 수리공 ‘수아’와 마주친다. 수아는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며 잠시나마 그들에게 휴식을 안겨주기도 하는데, 재일은 몇 번의 교류만으로 수아가 자신과 같은 부류임을 알아본다.
수아가 나를 보며 뭔가 판단하는 눈빛이었다. 혐오? 경멸? 아니었다. 계산이었다. 이 사람을 이용할 수 있는가, 하는 계산. 그 순간 수아가 나를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 살아남는 방식이. 도구를 찾는 방식이. _100쪽
수아는 재일의 계획을 눈치채고 거래를 제안한다. 불면 항체를 지닌 본인의 피를 연구 목적으로 제공할 테니 노동자들의 수면을 앗아가는 AI 관제 시스템 ‘아르고스’를 멈출 계획을 도와달라고 한다. 그즈음 물류센터의 물동량은 목표 대비 초과 달성을 이루지만 노동자들은 불면 상태가 지속되면서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다.
아르고스의 관점에서 이것은 성공이었다. 목표 함수가 달성되고 있었다. 비용은, 비용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수기안토의 반향어, 감정 소실, 분당 110회의 맥박. 이것들은 아르고스의 데이터에 없었다. 아르고스가 보는 것은 상자의 수뿐이었다. _162쪽
한편 노동자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음에도 재일은 좀처럼 사업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다. 빚을 갚고 강남으로 돌아가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을 끝끝내 놓지 못하는 탓이다. 그렇지만 자신 역시 다른 노동자들처럼 불면 상태에 빠졌음을 깨닫고, 결국 아르고스를 멈추기로 마음먹는다. 그즈음 고분군 사면이 폭우로 무너지면서 물류센터의 벽이 부서지고 가야의 유골과 유물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휩쓸려 들어오는 사태가 벌어지는데…… 과연 재일과 수아는 잠을 앗아간 아르고스를 멈추고 불면에 빠진 노동자들을 구할 수 있을까.
“노동자가 아프지 않고 더 일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축복이다” 내재화된 자본주의의 괴물성을 묘파하는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현대인의 삶에서 수면은 거대한 화두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24시간 언제든 모두와 연결되고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잠들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마저 잃게 된 탓이다. 고도로 발전된 생산의 사이클 속에서 어느덧 인간의 몸과 마음은 과노동에 점령당하기에 이르렀다. 『아르고스』는 물류센터에서 자발적으로 수면을 포기하며 내면의 영혼을 잃어가는 이들을 핍진하게 묘사함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내재화된 자본주의의 괴물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스스로 아르고스처럼 판단하고 행동하는 존재가 되어가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를 감시하는 불가해한 괴물이 바로 우리 자신임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그러므로 『아르고스』를 읽는 일은 우리에게 만성화된 자기 착취적 노동을 돌아보게 하며 아름다운 꿈의 기억을 되찾아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이고 바람직한 삶이란 무엇일까.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일할 수 있을까. 첫 장편소설로 이토록 예리하고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승형 작가가 앞으로 펼쳐나갈 작품 세계가 더욱 기대된다.
· 작가의 말
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해온 사람이다. 낮에는 논문을 썼고, 밤에는 이 소설을 썼다. 논문은 결론을 요구한다. 그런데 무덤과 물류센터가 나란히 있는 것에는 결론을 붙일 수 없었다. 결론 대신 인물이 왔다. 파산한 의사가 오고, 잠을 잃은 사람들이 오고,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 로봇 수리공이 왔다. 그들은 내 해석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들끼리 움직였다. 나는 받아 적고, 지웠다.
잘될지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이 이야기가 지금 쓰여야 한다는 것만은 알았다. 쓰는 동안 자주 웃었다. 웃고 나면 대체로 부끄러웠다. 슬픈 장면에서 웃음이 나오고 우스운 장면에서 목메는 소설이 되었다면, 그것은 의도라기보다 내가 본 세계가 원래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책 속으로
여기 사람들은 마치 잠이라는 기능 자체가 필요 없어진 것처럼 보였다. 생리학적으로 말이 안 됐다. ---p.15
나는 사람의 혈관에서, 수아는 기계의 관절에서. 둘 다 남의 몸에서 값나가는 것을 빼내는 사람이었다. ---p.84
만약 불면 노동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성분과 수아의 항체를 결합할 수 있다면? 피로를 못 느끼는 동시에 감정을 보존하는 혈청. 불면의 에너지와 인간의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혈청. 그것이 완성된다면? 강남의 게스트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쉼 없이 활동하고 싶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 피로를 느끼지 않으며 살고 싶지만 감정까지 버리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 그런 모순적 욕망에 정확히 대응하는 상품. ---p.88~89
어떤 서류에도 이름이 없는 사람. 나는 그 의미를 알았다. 서류에 이름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산재로 죽을 수도 없었다. ---p.103
불면이 3주 이상인 노동자들은 무표정이었지만 눈가가 촉촉했다. 2주 미만의 불면 노동자 중 한 명은 눈을 감고 있었다. 잠든 것이 아니라 꿈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에게 수아의 꿈 이야기는 잠의 대용품이었다. 잠을 잘 수 없으므로 남의 꿈을 듣는 것이다. ---p.129
노동자들이 매일 잠을 못 자고 있어요. 기계 때문에. 감정이 사라지고 있어요. 수기안토 아저씨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몰라요. 그런데 재일 씨는 혈청 원료를 더 모으고 싶으니까 며칠만 더 기다려달라고요? ---p.165
나는 도덕적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선한 사람이 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얼마나 한심한 놈인지를 느꼈다. 알고 있었던 것을, 비로소 느꼈다. ---p.213
재일 씨, 나는 체제를 무너뜨린 게 아니에요. 기계 하나를 끈 거예요. 기계를 끄면 다른 기계가 켜져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음 기계 옆에서 다시 렌치를 드는 거예요. ---p.222
- ISBN
- 9791172134617
- 발행일
- 2026.08.30
- 쪽수
- 240쪽
- 크기
- 152×21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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