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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까지 집에 종이책이 3000권쯤 있었습니다. 이사할 때 거의 다 버리고 500권 남겼습니다. 이삿짐센터 아저씨가 농담 삼아 하신 말씀. “뭔 책이 이리 많아요. 무슨, 출판사(라도) 하세요?” 네, 출판사 합니다. 책 (모으는 것을) 좋아합니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에디토리얼 라이팅》 등 여러 권의 책을 썼고, 160권 넘는 책을 발행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한 적도 있고요. @editions에선 인생책만 추천합니다. 고전부터 신간까지, 경제·경영부터 인문·소설까지 전방위로 다룹니다.

에디션즈의 서가

추천 4편
죄와 벌, 2권 세트
라스꼴리니꼬프는 살인을 저지른 뒤 끊임없이 변명한다. 자신에게. 타인에게. 독자에게. 그는 노파를 죽인 것이 아니라 원리를 실험했다고 말한다. 사회의 기생충을 제거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더 큰 선을 위해 작은 악을 감수했다고 말한다. 도스토옙스키는 그 논리를 논박하지 않는다. 대신 라스꼴리니꼬프가 자신의 논리에 질식하게 만든다. 이 소설이 지금도 낡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거대한 이념의 시대를 지나왔다. 혁명, 민족, 시장, 기술, 효율. 그 이름 아래 많은 폭력이 정당화되었다. 언제나 논리가 있었다. 언제나 더 큰 목적이 있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일찍이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다. 인간은 악하기 때문에 잔인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선하다고 믿기 때문에 잔인해진다. 라스꼴리니꼬프를 무너뜨리는 것은 법이 아니다. 경찰도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붙잡히지 않는다. 그를 파괴하는 것은 자신이 특별한 인간이 아니라는 발견이다. 그는 살인을 저질렀지만 나폴레옹이 되지 못했다. 단순한 실패가 아니다. 존재론적 붕괴다. 그는 자신이 역사를 움직일 거대한 인간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국 열병에 시달리고, 공포에 떨고, 우연과 죄책감에 흔들리는 평범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이 소설의 긴장감은 범인이 잡히느냐에 있지 않다. 인간이 자신의 환상에서 언제 깨어나느냐에 있다. 문학사에는 많은 구원자가 등장한다. 그러나 소냐 같은 인물은 드물다. 그녀는 철학으로 설득하지 않는다. 논쟁도 하지 않는다. 다만 곁에 남는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이념이나 체계가 아니라 관계라고 믿었다. 인간은 논리로 파괴되지만, 타인의 존재로 복원될 수 있다.
2026년 5월 30일 추천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25주년 기념 라이터스 에디션) (양장)
거의 모든 회사 업무는 결국 글쓰기다. 작가나 기자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도 날마다 이메일을 보내고, 기획서를 만들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전부 단어와 문장, 문단을 다루는 일이다. 내 생각을 글로 정확히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문장을 읽게 만드는 힘은 뭘까.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 스티븐 킹의 비결을 살펴본다. 스티븐 킹은 40여 년간 260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했다. 전 세계 누적 판매 부수는 3억 5000만 부가 넘는다. 스티븐 킹을 모르는 사람은 있지만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저리, 샤이닝, 미스트, 캐리, 스탠 바이 미, 쿠조, 그것. 모두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들 만큼 흡입력이 강하다. 작법을 다룬 이 책 《유혹하는 글쓰기》마저 술술 읽힌다. 그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①쉽고 ②정확하게 ③간결하게 쓰라고 조언한다. 스티븐 킹은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다”라고 말한다. 글을 쓸 때는 방 안에 들어가 문을 닫아야 하지만, 글을 고칠 때는 방문을 열어야 한다. 글이란 결국 상대에게 내 생각을 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의 조언은 소설 창작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과 업무에서 글쓰기의 기본 법칙으로 삼을 만하다. 소설가의 작법에 마음에 끌렸다면, 편집자의 작법도 함께 살펴보면 좋다. 20년 넘게 도서 교정·교열 일을 해온 김정선 편집자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도 문장 다듬는 방법을 쉽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2026년 5월 29일 추천